내 생의 적들

저:이인휘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8년 [녹두꽃]에 「우리 억센 주먹」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2016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랫동안 노동문화운동을 했고 박영진 열사 추모사업회에서 일했다. 진보생활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과 ‘사단법인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이어주었고,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이며 행동하는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7년 전부터 남한강이 아름답게 흐르는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관덕마을에 내려와서 살고 있다.

의 작가 이인휘가 8년 만에 펴낸 은 국가보안법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국가보안법'에 의해 한 청년의 삶이 뒤틀리는 과정과, 그렇게 자신의 삶을 일그러뜨린 '적'의 실체를 찾아 당당히 맞섬으로써 자기자신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소설은 40대 중반의 김광훈이 한밤중에 파출소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파출소엔 나경중이라는 사내가 이정표를 부수려다 잡혀와 있다. 그는 아내의 친구 남편으로 학생운동을 하다 노동운동에 뛰어든 사내다. 오래 전 아내를 통해 알게 된 그는 생활고에 허덕이다 조직의 리더 자리를 내놓고, 운동과의 모든 교류를 끊은 채 살아가고 있다. 파출소에서 나온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밤거리를 걷는다. 나경중은 씁쓸한 웃음을 남기고 사라지고, 김광훈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1980년 5월에 만났던 한 여자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