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온몸을 공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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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오븐, 향기 나는 노트북, 맛있는 자동차가 더 잘 팔린다!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감각 마케팅이 끊임없이 주목 받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작년에 ‘말하는 오븐’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음식을 넣어주세요’ ‘메뉴를 선택하세요’ 등의 음성으로 사용 방법을 설명해준다. 미각을 연상시키는 제품에 청각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후각적인 요소를 더한 것으로 대만의 아수수라는 업체가 향기 나는 노트북도 출시했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노트북을 사용할 경우 집중력이나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의 일명 ‘되고 송’은 다양한 버전으로 재탄생되기도 하였다. 비단 제품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중가요계는 쉽게 기억하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반복적인 가사의 후크송(hook song)이 큰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마케팅은 ‘감각’에 주목해야만 한다.

기존의 마케팅은 이제 끝났다
이제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미 검증된 것으로 여겨온 아이디어나 개념이 재평가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대중 시장은 서서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수많은 조각으로 ‘분화된 시장들’이 대신하고 있다. 분화된 시장에서는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에 부합된 맞춤제품이 성공의 열쇠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마케팅 영역을 지배하던 대중 마케팅이 과연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데 있어 여전히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방식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술 분야에서의 상당한 발전 탓에 대부분의 제품은 특징이나 성능 면에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그러한 기술의 발전은 신제품의 콘셉트를 금세 모방하는 것을 가능케 하여 제품이나 브랜드 간의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 외에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무엇’을 원한다. 이를 위해 어떤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기존의 마케팅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감각 마케팅이다.
감각 마케팅은 단순히 인간 감각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5가지 감각, 즉 후각, 청각, 시각, 미각, 촉각을 자극하여 소비자에게 최상의 감각 체험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 체험을 통해 소비자는 그 제품이나 브랜드를 자신의 것으로 느끼고 구매행동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경쟁자의 것보다 좀 더 차별화여 소비자의 뇌리에 더욱 강하게 각인시키게 되는 것이다.

마케팅의 중심은 감각이다
후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지만 인간은 만여 가지의 냄새를 식별하고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후각이 인간의 경험이나 기억, 행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 식료품점의 청과 코너에서 인공 오렌지 향을 활용하였더니 오렌지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버라이존 와이어리스(Verizon Wireless)는 한국의 LG전자가 만든 신형 휴대전화를 출시하는 상황에서 향기를 활용했다. 이 신제품을 위해 설정된 주제는 제품의 이름에 착안해 초콜릿으로 정했다. 계산대와 진열대 주위에 초콜릿 향이 분사되었는데 이는 제품과의 연관성을 창조하고 아울러 제품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 초콜릿 향은 시각 및 청각 표현의 보조수단으로서 활용된 것이었다. 초콜릿폰과 다른 제품 사이에서 갈등하던 한 소비자는 결국 초콜릿폰을 선택했는데 이유인즉 매장에 있던 영업사원이 마침 이 소비자 주변에 초콜릿 향을 분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초콜릿폰 출시는 이 회사의 최대 성공작 중 하나가 되었다.
소리는 마케팅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돼왔다. 짧은 반복음(jingles), 제품이나 브랜드에 어울리는 음악 또는 음성 등이 그렇다. 맥도널드가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기용해 ‘난 그게 정말 좋아(I'm loving it)’라는 반복음을 부르게 한 것이나 펩시콜라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비욘세 등을 기용해 "위윌락유(We will rock you)”라는 노래를 부르도록 한 것이 좋은 예다. 네슬레 소유의 스웨덴 기업 헴글라스는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의 가정집을 대상으로 직접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아이스크림 운반 차량은 새로운 도시나 변두리 지역에 진입할 때면 자신들의 시그니처 멜로디(signature melody)를 틀어놓는다. 사람들은 그 멜로디를 들으면 곧바로 이 회사의 아이스크림을 연상한다. 이 멜로디는 스웨덴에서는 가장 유명한 소리 브랜드이기도 하다.
촉각은 좀 더 직접적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감각이다. 소비자들이 인터넷 예약을 통해 직접 항공권이나 영화표를 출력하는 일이 흔해졌다. 이렇게 출력한 티켓을 집어 들었을 때 어떤 종류의 촉각 체험이 일어날까? 아마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런 거래를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으며, 여행이나 영화 관람 날짜까지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실제 비행기 여행에 앞서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케아 노르웨이 지사는 자신들의 매장이야말로 대표적 관광명소라고 자부한다. 2007년 여름 동안 이 회사는 손님들에게 하룻밤을 매장에서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것은 이케아를 촉각으로 체험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 동시에 그들이 판매하는 침대의 특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숙박료는 물론 무료였고 소비자들은 간소한 기숙사형에서부터 가족형 침실, 부부침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장이 문을 여는 다음날 아침 10시가 되면 투숙객들은 자리를 비워야 했다. 대신 무료 아침식사가 제공되었고 투숙객들은 자신들이 사용했던 침구류와 이케아에서 느꼈던 기분 좋은 느낌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마케팅의 새로운 유토피아
이 책은 기업의 마케팅에서 후각, 청각, 시각, 미각, 촉각이라는 인간의 오감을 어떻게 각 감각에 따라 전략적으로 표현해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하얏트 호텔, 자동차 브랜드인 사브와 볼보, 홀푸즈, 이케아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실제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각 마케팅은 그저 이상에 불과한 유토피아가 절대 아니다. 제품이나 브랜드에 얼마나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느냐는 기업이 해야 할 몫이다. 앞으로는 ‘감각 전략’처럼 감각 마케팅에 관련된 개념들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앞으로 기업에는 개인의 정서와 감정을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절실히 요구될 것이다. 개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기업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서와 감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적인 능력까지 포함한다. 감각 마케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이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기존의 마케팅 방식은 과감히 폐기해 버리고 그 중심에 ‘감각’을 두어라. 기업은 이제 감각 마케팅을 통해서 자신의 제품과 브랜드를 좀 더 개별 고객에게 적합한 최상의 감각 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경쟁사의 제품이나 브랜드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가치를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