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 그 섬에 어떻게 오시렵니까 - 느낌이 있는 국립공원 속살 탐방기

저:박경화
박경화는 환경 생태 운동가이다. 그녀는 녹색연합에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쌓은 지혜와 경험를 책 속에 담아 현대인들의 환경 생각를 일깨우고 있다. 기자로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력은 그녀 글의 힘으로 작용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에 가장 가깝지만, 가장 생각하기 어려운 환경이기에 그녀의 책은 더 설득력을 지닌다. 박경화의 책들이 말하는 바는 가깝고도 먼 환경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는 권유이다. 그녀의 방법은 어려운 실천이 아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실천들이기에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흥미롭게 만든다.

박경화씨가 제안하는 쉽고도 실천의 방법들은 우리를 생태적인 삶으로 이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은 '새집 증후군', '환경호르몬', '유기농산물' 등 우리가 많이 들었지만 잘 알 수 없었던 환경적인 이슈들에 관하여 하나하나 짚으며 팁들을 제시한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역시 현대에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휴대전화, 세탁기, 냉장고, 나무젓가락, 화장지 등의 제품들이 가져올 미래의 해악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볼 꺼리를 제공한다.

국립공원은 억울해

국립공원은 억울하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자연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고 자연자원과 문화유적이 가장 풍부한 곳이고 그만큼 탐방객들에게 들려줄 재미난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곳인데도, 그저 한낱 ‘국가에서 관리하는 경치 좋은 곳’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으니, 국립공원이 억울한 것은 당연하다.
국가에서 국립공원을 지정하여 관리하는 것은 그만큼 보존할 것이 많은 귀중한 곳이기 때문인데, 그저 입장료나 받는(2007년부터 입장료 제도는 폐지되었다) 관광지로 간주된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이 책은 국립공원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립공원이 갖고 있는 그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다 풀어놓음으로써, 국립공원이 얼마나 귀중한 곳이며 얼마나 흥미로운 곳인지 동네방네 알리고자 한다.
국립공원은 이야기의 보고(寶庫)이다. 할 말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다. 이제 땀을 뻘뻘 흘리며 산꼭대기에 오르는 것은 잠시 멈추고, 배낭을 내려놓고 길가 수풀에 앉아서 국립공원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그것은 재미있고 유익하며, 참으로 다양하다.

반달가슴곰은 현재 지리산에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
19마리(책에는 17마리라고 되어 있지만, 올해 1월에 새끼 두 마리가 태어나 모두 19마리가 되었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이 중에는 기쁘게도 자연에서 태어난 새끼 3마리가 지리산 반달가슴곰
포함되어 있다.
일명 ‘곰센터’라고 불리는 지리산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곰을 지리산에 방사하기 전에 자연적응 훈련장에서 적응 훈련을 시킨다. 훈련 중에는 후추 스프레이를 맛보게 하는 과정도 있는데, 산속 마을 주민들은 곰과 맞닥뜨리면 후추 스프레이를 뿌려서 물리치기 때문이다. 후추 맛을 보면 얼른 그 자리를 떠야 한다는 것을 곰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곰센터 연구원들은 방사된 곰의 위치를 확인하는 등 늘 곰의 생태를 파악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애완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부상을 당했을 때도 그냥 방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곰 한 마리가 올무에 걸렸다. 연구원들이 얼른 달려가 마취하려는 순간, 곰이 놀라서 움직이는 바람에 그만 발가락뼈 한 마디가 뽑혀버렸다. 하지만 그 이상 손을 쓸 수는 없었다. 치료하려면 완치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는데, 그동안에 야생성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길들여지는 것보다 야생에서 그냥 사는 것이 더 나아요.” 연구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곰센터 사업의 목적은 반달가슴곰의 종수를 늘리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생성을 회복시켜서 자연에서 잘 살아가도록 만들어주는 데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