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에서 돈 키호테까지 - 서양고중세사 깊이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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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L. 랭어가 편집한 「Perspectives in western civilization」(전 2권)의 제 1권을 완역한 책. 핀리(Moses I. Finley). 비숍(Morris Bishop), 브로노프스키 등 유명 역사가들이 서양사의 중요 흐름들을 대중적 필치로 써내려간 17편의 역사 에세이를 모아 엮었다. 저자들은 '서양사 깊이 읽기'에 목적을 두고, 과거 사건들 중 중요한 것을 택해,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낸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역사를 이해하는 코드로 삼은 것은 대부분 인물들. 저자들은 호메로스, 소크라테스, 알렉산드로스, 바울, 샤를마뉴, 엘리케, 에라스무스, 돈 키호테 등을 통해 고대 그리스부터 16세기 에스파냐까지 각 시대의 중요한 특징과 흐름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저자의 설명방식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고대 노예제를 다룬 핀리의 설명을 한번 보자. 그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제도로서의 노예제를 설명하기 보다는 해방노예 출신으로서 노예상인이 된 티모테오스라고 하는 한 개인의 생애에 초점을 맞춰, 노예가 획득되는 과정에서 노예시장에서의 거래 관행, 검투사를 비롯한 전문기능노예가 등장하는 과정 등을 설명함으로써 고대 노예제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인다. 이 외에도 저자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통해 본 당시 그리스의 역사적 상황, 서유럽의 역사에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 샤를마뉴 대제, 에스파냐 황금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돈 키호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개론서에서 단지 몇 줄로만 요약되는(혹은 생략되어왔던)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롭게 조명한다. 각 주제에 대한 역사적인 전후 맥락을 찬찬히 설명하기 보다는 주제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편이어서, 서양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이라면 다소 어렵게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은 기존 개론서의 단순한 서술에 답답해 왔던 이들이라면 충분히 반길만한 참신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읽는 이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