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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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한 이라면 아마 책의 내용에서 분명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대동여지도나 물시계, 한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족보나 풍수지리, 판소리와 민화에서 무슨 '과학'을 찾을 것인가? 그도 그럴 것이 과학이라면 뭔가 객관적이고 물리적으로 검증된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과학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지은이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우리의 정신문화와 민속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낸다는 뜻에서 '과학'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지은이는 유럽의 귀족 가계보와 연결시켜 한국의 족보가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도 하고 종묘와 수원의 화성을 통해 조선 건축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설명해 나간다. 또 우리 민족의 정서와 생활을 소박하게 그려낸 민화, 진돗개나 삽살개 등 한국의 토종개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유, 무형의 문화 유산을 새롭게 발견해낸다. 주제가 너무 넓게 퍼져 있어 내용의 통일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우리의 전통 문화 유산의 가치를 현대적 시점에서 재조명하려는 지은이의 의도가 잘 녹아있는 책이다.